불교

강신주 무문관 : 주인공으로 살기 [21강]

dirigent21 2024. 7. 28. 16:10

조주스님 : 봄날 같은 불교, 유머러스.
백장, 임제스님 : 절벽에 서서 끝내 부처가 되겠단 굳센 성격.


무문관 11칙 주감암주 : 
조주가 어느 암자 주인 거처에 이르러 묻기를,
"계십니까? 계십니까?"
암자 주인은 주먹을 들었다.
그러자 조주는
"물이 얕아서 배를 정박시킬 만한 곳이 아니구나"
라고 말하고 바로 그 곳을 떠났다.
다시 조주가 어느 암자 주인 거처에 이르러 묻기를,
"계십니까? 계십니까?"
그곳 암자 주인도 주먹을 들었다.
그러자 조주는
"줄 수도, 뺏을 수도 있으며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구나"라고 말하고는
그에게 절을 했다.


이병주 작가, 김수영 작가 : 주먹 감자.
화두에 등장하는 인물이 세 명인지, 두 명인지 불분명.
물(암주), 배(조주).
두 번의 암주가 동일 인물이라면 
원효의 해골물 이야기와 같은 구조,
물을 잘마신 원효,
물을 토해낸 원효,
진정하고 깨우친 원효.
내가 크다고 한 조주, 내가 작다고 한 조주.
모든 종에서 가장 약한 인간 스스로 위대하다고 함,
인간이란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의존.
갓난아이는 부모에게 인정(사랑)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음.
인간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운다(김치 먹는 법 등).
정신분석학 : 나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인정투쟁.
동양에선 인정에 초연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란 전통.
인정받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의 칭찬을 좋아하고 욕하는 것을 싫어하면 어린애.
남의 인정을 초월해야 주인이 될 수 있다.
인정받으려다 인정하는 쪽을 택한 조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칭찬의 노예였다.
어린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었던 것도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운동을 잘하거나 
유머감각이 있거나 
끼가 있는 인기 있는 친구들을 
따라갈 수 없는 나로선
인정받기 가장 쉬운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물론 칭찬의 노예가 아니지만
아직도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어서
타인이 내 진심을 몰라줄 때 가끔 화가 난다.
이것 역시 아직도 버리지 못한
인정 욕구의 하나라고 본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 것,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와 같이 
말은 쉽지만
행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것 중의 하나다.

 

[25/03/09 업데이트]

2월 14일 밤에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타는데

버스 기사가 버스 정류장 위치로부터

일부러 3미터 정도 지나쳐서 세웠다.

속으로 쌍욕을 하던 중,

뒷문이 열리길래 탔다.

자리에 앉으니 버스 기사 왈,

"내렸다가 다시 앞문으로 타세요."

나도 모르게 쌍욕이 튀어나오는걸 간신히 참고

퉁명스럽게 "네?"라고 소리쳤다.

버스 기사가 다시 퉁명스럽게 뭐라뭐라 했는데

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이미 빡이 돈 상태라 나도 모르게

쌍욕이 튀어 나온거 같다.

그러자, 버스 기사는 앞으로 다시 타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다고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난 출발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하니

맘대로 신고하라면서 내려서 담배를 태웠다.

자세히 보니 나이든 영감이였다.

일단, 버스 민원 센터로 전화를 하니

통화가 안되었다.

그래서, 112로 전화하니 출동하겠다고

기다리랜다.

약 3분 정도 기다리다가 차분히 생각을 했다.

끝까지 갈 것이냐,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냐.

젊은 시절같으면 끝까지 갔을 것이지만

때마침 다른 번호의 뒷 버스가 곧 도착하길래

실리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내려서 담배를 태우는 기사에게

"너 반드시 짤리게하겠다"고 소리치고

다른 버스를 탔다.

그리고, 112로 전화해서 오시지 말라고 연락하니

다음부터는 120으로 전화하랜다.

다른 버스를 내려서

곧바로 인천지역 민원센터인 032-120으로

생전 처음 버스 불친절건으로 접수했다.

그러나, 민원을 넣어봐야 법을 어긴게 아닌한

그냥 경고 정도로 끝난 것 같았다.

2월 28일 동일 노선의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낮시간이라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버스 기사가 이상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10여미터 전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내려주고 일부러 시간을 끌다가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타는데 나랑 싸웠던 바로 그 영감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보통 뒷문을 열어서

타게 하는데 그 영감은 절대로 뒷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뒷문으로 타려고 하는 사람에게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나는 그 영감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기에

쾌재를 부르며 다시 민원 센터에 전화를 했다.

이번엔 단순한 불친절이 아니라

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뒷문 승차 금지 강박에 따라

버스 정류장이 아닌 횡단보도 근처에 하차시켰기에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

만약, 다른 기사가 선의로 그랬다면

난 그냥 넘어 갔을 것이다.

그런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 인간이었기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다시 동일 빌런에 대해 민원을 넣었다.

나는 그 영감을 마주할 때마다

뭘 잘못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며

그 영감이 잘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민원을 넣을 것이다.

 

빌런의 만행과는 무관하게

한편으론 불쾌했던 이 사건을 통해

아직도 투쟁정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조주스님이 어쩌다 마주친

빌런으로부터 배웠듯

나 역시, 그토록 버리고 싶은

나 스스로의 부족함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생각을 넘어 행동을 바꾸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HygVOa7Uh6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