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강신주 무문관 : 주인공으로 살기 [6강]

dirigent21 2024. 5. 8. 20:04

거울을 볼 때 우린 항상 
'없음'(과거의 미모)을 보려한다.
내 머릿속은 '없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을 수 있지만
밖의 세계는 '있음'으로 가득하다.
꽃을 기억하는 사람만이
벚꽃이 없다를 느낌,
즉, '없음'은 내 마음속에만 있음.


3칙 구지(손가락 세움)수지,
흉내낼 것인가? 깨달을 것인가?

구지 화상은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손가락 하나를 세울 뿐이었다.
뒤에 동자 한 명이 절에 남았다.
손님이
"화상께서는 어떤 불법을
이야기하시나요?"라고 묻자
동자도 구지 화상을 흉내내며
손가락을 세웠다.
구지 화상이 이를 듣고
동자를 불러 
칼로 그의 손가락을 잘랐다.
동자는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밖으로 나가는데 구지 화상은
동자를 다시 불렀다.
동자가 고개를 돌리자
그 순간 구지 화상은 손가락을 세웠다.
동자는 갑자기 깨달았다.
구지 화상이 세상을 떠나면서
여러 제자들에게 말하길,
"나는 천룡스님에게서
'한 손가락 선'을 얻어
평생 동안 다함없이 사용했구나!"
말을 마치자 그는 입적했다.


주인공이 되었기에
손가락을 세울 수 있는 것.
손가락 하나를 잃고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깨달은 동자.
사랑을 하면 사랑의 그림자도 감당해야.
천 : 하늘 이외에 자연스럽다는 뜻.

질문 1 : 동자가 깨달은 것?
질문 2 : 구지가 죽기 직전
사실 나도 천룡을 모방해서
실컷 써먹은 것이라 했을 때
성인이 된 동자가 이를 들었다면
화가 났을까?

동자는 구지스님의 손가락을
흉내낸 것일 뿐,
동자가 든 손가락은
자신이 아닌 구지 스님의 것,
따라서 구지 스님은
본인의 손가락을 동자로부터 회수한 것.
앵무새가 아닌 주인이 되어야 한다.
주인으로서 갖고 있으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각자의 삶의 소재가 다르므로
'깨달음'도 다르다.
선불교에서 경전이란
주인이 되는 험난한 길을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뗏목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내가 주인이면 
권력, 자본에 굽신거리지 않는다.
사문불경왕자론(중국 동진 여산혜원이
당시 권력자 환현에 맞서 지은 불교 이론서).

천룡스님이 구지스님의 손가락을
안 자른 까닭은?
구지스님은 자신의 손가락을 들었으므로.
장자, 한단지보 : 본분을 잊고 남 흉내내다가
본래 가졌던 것을 합해 두 가지 다 잃음.

부처처럼 산다는 것은
내가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런데, 남의 생각으로 생각하고
남의 얘기로 얘기하고 있다면.
유아독존 : 
나만 존귀하다가 아닌, 내가 주인이다.
예전의 해석이 지금과 다를 수 없다.
내가 가진 전등이 켜졌다면
남의 손을 놓아도 되는 것.
경전을 볼 때 우리가 봐야할 것은
그 안의 '깨달음'.
동자가 세운 손가락은 
불립문자 정신에 반하는
획일화된 문자, 생각을 의미.
잘린 손가락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의 흔적에 불과,
무자비한 자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 마디로 일약 대스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그래서인지
일관되게 국민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충성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다.
바로 그의 배우자 내지 처가 사람들,
그리고 자기들 입맛에 맞게
자유당시절 조폭처럼 
공정하지 않은 잣대를 
마구마구 들이대며
찍힌 사람만 개패듯 패는 조직.
그래서, 그 사람은
지금 온 국민의 술안주가 되었고
덕분에 그 사람의 수명은 떡상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일관되게
처가에도 충성하지 않고
휘어진 잣대를 공정하게 세워
지배층에 관해 소신껏 전수조사를 해
포청천과 같이 마구마구 작두를 대령했다면 
아마 국민적 영웅이 되어있을 것이다.
주인인 척 했으나 그 역시 가짜 주인이고
누구보다 권력과 자본에 충직한  자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다.

국가의 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이
결국, 각 사람 스스로의 고유한
빛난 전등을 밝히도록 가르치지 않고
마치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처럼
표준 클래스를 설계해두고
그 클래스를 인스턴스화한
수많은 획일화된 객체들을 찍어내는 국가.

너무 늦은 나이에
예전의 거장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나만의 주체적인 생각을 세우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런 공부는
마땅히 어릴 때 해야만 했었다.
정말 중요한 공부 대신
온갖 쓰레기만을 머릿 속에 집어넣었으니
그 쓰레기를 치워야만
생각이 정리되지 않겠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qx5ygq53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