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야구를 모릅니다.
그러니,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는 수 밖에 없다.
이번 생애 찾지 못한 답은 다음 생에서 찾아야 하니까.
뭐든 하면 할수록 깊어지기 마련이어서
평생 해온 야구이지만 아직도 잘 모름.
60여년 간 야구를 하면서 잘 알게 된 것 :
야구엔 정답도 끝도 없으니 그저 공부하며 배워나갈뿐.
처음에 가르쳤던 선수를 만나면,
"내가 더 잘 가르칠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만큼 몰랐다. 미안하다."
지나온 길에 후회나 미련은 없지만 아쉬움은 있다.
사람들은 나를 야신이라 부르지만 야구에 신 같은 건 없다.
내게 있어 야구란 무엇인가?
심장이 없으면 사람은 죽고 마니 내 심장.
내가 죽어야 나의 야구도 사라짐.
내 인생은 야구였고 야구속에 인생이 있었다.
선수를 가르치다 보면 성장하는 순간이 보였고
그럴 때마다 살아 있음을 느꼈다.
데이터를 보며 나름대로 고안한 방법을
다음 날 연습을 하며 실천해 보고
맞으면 즐겁고,
틀리면 다른 아이디어를 찾을 생각에 기대가 되어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야구장에 가는 길,
내가 해야 할 일, 육성해야 할 선수들,
만들어야 할 조직,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을 생각하며 걸음.
앞으로도 나는 그 길 위에서 부딪히며 살아가고 싶다.
내 생명이 어디까지 허락할진 몰라도
계속 야구에서 일하고 야구를 하는 것,
어떤 형태이든 간에 그것이 나의 베스트.
각진 돌맹이들은 산골짜기 속 물을 따라
바다까지 흘러 내려온다.
거센 물살을 타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내려온다.
부딪히는 속에서 연마되고,
어떤 데서는 스톱되고, 고생하고, 고통을 겪고,
어떻게든 탈출할 방법을 찾아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결국 세월이 흘러 바다에 가까워 갈 때는
요만한 돌맹이가 되고 마침내 모래가 된다.
그게 인생이다.
그런데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다 보면
돌은 반드시 어딘가에 막힌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꽉 막히고
답답한 순간이 온다.
평범한 사람은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혹은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기를
기약도 없이 기다리는 반면,
뛰어난 사람들은 문제 속에 푹 빠져서
깊이 탐구하고 골몰한다.
물이 어디에서 고였을까?
지형이 원래 나빠서일까?
원래는 흘러야 할 구멍인데 어디가 막혀있을까?
하루 종일 매달리고 온통 그 생각에 빠져
밥도, 잠도 다 내던질 만큼
죽자 살자하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끝내 자기 안에서 답을 찾는다.
상식적이지 않은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그렇게 찾은 비상식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누군가는 이를 보며 치사하다느니,
비겁하다느니 비난한다.
나는 야구 인생 내내 그랬다.
비상식을 찾아 결국 이겼지만
현역 감독 시절 내내 잘했다는 소리는 얼마 듣지 못했다.
그러나 내게 제일 중요한 건 결과였다.
다른 사람들의 존경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은 결과뿐이었다.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데,
점잖고 상식적이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상식 속에만 있으면 앞으로 가지 못한다.
고이고 막히는 순간을 수없이 넘어오며
나의 비상식은 어느새 상식이 되었고,
나라는 돌도 요만한 돌맹이가 되었다가
이제는 모래가 되었다.
마침내 물도 잔잔해졌다.
나라는 인간은 그렇게 80여 년을 흘러온 것 같다.
김성근 감독님은 적어도 책을 통해선
나처럼 야구 경기를 안보고
요즘은 어떤 선수가 유명한지 거의 모를만큼 무관심하고
심지어 야구 그까짓게 뭔가란 생각을 하는
나같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실 정도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물론, 내가 야구에 관심이 있어서
김성근 감독님 스타일의 야구에 대해
실망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김성근 감독님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러한 리더도 만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혹여 만난다고 해도 인생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리더하에서 훈련받는 것은 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6장에서
김성근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여러 내용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리더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지킬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각종 혐오와 세대간, 지역간 갈등이 첨예해져
갈수록 한심해져가는 한국에서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꼰대, 젊은 꼰대 논란이 있다.
늙은 세대는 늙은 세대로서
속좁은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며
젊은 세대로부터 배우면서 고쳐갈 생각을 안하고
젋은 세대는 또 젊은 세대로서
아직도 여물지 않은 하찮은 지식으로
자기자 제일 잘난줄 알면서 오만방자하게
늙은 세대라면 무조건 배척하기도 하는 형국이다.
리더랍시고 과거의 성공기억에만 매몰되어
미팅에서 무조건 자기가 옳다며
답정너적 태도로 일관하니
아랫사람들은 무사안일주의로서
팔방미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모르고
남으로부터 무언가 배울 점을 찾아
배우지 못한다면 10살, 20살이라도 늙은 것이다고
구제불능의 꼰대이다.
반대로 김성근 감독님처럼
80살이 넘었어도 여전히 젊은 시절의
학구열과 아직도 뭔가를 완전히는 모른다는 겸손으로 무장한다면
아직 젊은 것이다.
다른 건 둘째로 치고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하고
마음 문을 열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야만 한국에 새로운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쩌면 소모적인 혐오와
각종 갈등이 수그러들며
점차 살아갈만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순간이다 [6] (2) | 2024.06.15 |
---|---|
인생은 순간이다 [5] (4) | 2024.06.12 |
인생은 순간이다 [4] (0) | 2024.05.26 |
인생은 순간이다 [3] (0) | 2024.05.24 |
인생은 순간이다 [2] (0) | 2024.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