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기(끈기) : 상근기, 중근기, 하근기.
충격과 공포의 지난 화두들과 달리
조주스님은 부드럽다.
37칙 : 정전백수
어느 스님이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인가요?"
라고 묻자 (선종을 대표하는 물음)
조주스님이 답하길, "뜰 앞의 잣나무!"
선종을 만든건 실질적으로
육조(달마->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
달마대사에 대한 두 가지 기록 :
1) 전설이 된 달마
2) 서역(인도,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달마
육조단경 만화책.
선종의 불립문자 : '이 텍스트가 가장 좋은 것'은 거짓말.
똑같은 질문에 많은 스님들의 다양한 답변들.
화두 하나를 풀기 위해 몇 년간 수행하는 스님들을 생각하면
화두를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지 말라.
언어는 뭔가를 미봉책으로 쉽게 넘어가게 하는 경향,
모든 거짓말의 출발로서의 언어,
언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보면 순진하게 보이는 현상.
히말라야 : Him(눈)alaya(저장), 설장산.
알라야 의식==아뢰야식 : 인간의 가장 심층부 기억(저장)의식.
초대 기독교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에서의 시간,
기억(과거), 지각(현재), 기대(미래),
기억이 있기에 과거가 있고
지각을 해야 현재가 있으며
기대를 해야 미래가 있다,
조선, 고조선 등은 내 머릿 속에 있음,
내가 죽으면 과거,현재,미래는 다 붕괴.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조사서래의)? : 과거에 대한 질문.
"뜰 앞의 잣나무!" : 현재의 지각.
불교가 만들어질 때부터
서양의 것과 다른 깊이가 있던 시간론.
기억, 지각, 기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지각?
모든 지각엔 기억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기억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지각.
과거에 받은 생일 선물로 다음 선물에 대한 기대,
기대에 대해서도 기억의 중요한 영향들.
"XX가 바뀌었네", "오늘 기분 나쁘니?" :
전의 상황을 기억해야만 바뀐 사실 인지.
기억(과거)가 중심이 된 서양철학에서의 시간.
서양철학은 불교를 아직 못 따라옴.
내 삶을 지배하는 알라야의식 속에 저장된 기억,
알라야의식을 끊어야 내 삶의 주인이 된다.
신혼여행만 생각하여 벌어지는 부부싸움,
좋은 기억도 나쁘다.
모든 집착의 근원이 '알라야'에 있다.
과거에 쌓인 만년설이 사라진 히말라야의 맨얼굴?
원래 있었어야할 생략되었음직한 대화 :
조주스님의 상세한 설명을 들은 제자,
"화상께선 경으로 보여주지 마십시오",
"뜰앞의 잣나무".
"스님, 바깥의 상으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뜰앞의 잣나무".
첫 눈에 반한다 : 현재.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 멈출 수 있다면
자신의 늙어감과 무상함을 보고 있다.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서 무심하게 멈췄을 때,
여행 중 처음 만난 풍경에 입이 벌어질 때,
우리는 현재를 갖는다.
사전조사를 통한 계획된 여행 : 기억과 기대에 따라 간 것.
'현재'의 강력함은 기억, 기대를 사라지게 만듦.
하루 중 얼마 동안이나 진정한 현재를 살 수 있을까?
대부분은 기억에 의한 현재를 살고 있는 현실.
'영원히 이 순간은 안 온다' 이런 느낌이 들 때',
그 순간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자본주의 속에 아이들이 경쟁하고 갈등할수록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에 빠지는 아이들.
많은 부모의 말,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편하다".
오늘 행복을 취하는 사람은 다음날 또 그 오늘에 행복을 취함.
내일주의자 : 오늘은 내일이 행복하기 위한 재료,
'내일을 위해 또 오늘을 갈아야지'가 반복,
평생 행복할 수 없는 현재.
기독교의 논리 : '지금 고행하면 천국에 가서 보상받는다'.
책 '고도를 기다리며' : 끝내 오지 않는 고도.
무문스님의 주석 : 현재를 사무치게 느끼면 내가 부처가 됨.
"조주가 대답한 것을 자신에게 사무치게 알 수만 있다면
과거에도 석가는 없고 미래에도 미륵은 없게 될 것".
과거의 지배를 많이 받는 서양철학.
좋은 기억을 쌓는다? 그걸로 행복해질 수 없음.
목숨 걸고 '현재'에 서려고 노력한 불교.
중년 시절에 들어와보니
"노새노새 젊어서 노새"가
얼마나 대단한 명언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옛날을 생각하면 워터파크가 아닌 풀장에서도
태양열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친구들과 하루 종일 재미나게 놀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따분해서 채 1시간도 놀 수 없다.
정확히 10년 전에 나홀로 미국 서부지역으로
장기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할 일 없는 주말엔
미국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보고 너무나 놀라웠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며 한국이 제일 아름답다란 말이
개뻥이란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자연이구나라며
감격에 겨웠었다.
원래는 하루만 갔다오려고 갔는데
너무나 좋아서 차에서 쪽잠을 자며
거의 밤을 새고 내리 2일을
열정적으로 돌아다녔다.
새벽에 정상지역으로 올라가서 본
고원에 흐르는 맑은 시냇물과 삼림,
데칼코마니의 끝판왕을 보여주던 수정같은 호수,
그리고 군데군데 장엄한 바위와 거대한 나무는 대단했다.
미국 현지인들 얘기를 들으니
요세미티 국립공원보다 한 차원 높은 곳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랜다.
그런데, 차로 편도로 14시간이라
갈까말까 고민하다 결국 가지 못했다.
그런데 불과 10년이 흐른 지금은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괜히 금수저금수저하는게 아니다.
가장 운좋은 경우는 어쩌면
좋은 부모를 만나 꽃다운 시절부터
풍족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것.
나중에 집안이 기울어
어른 시절이 어렵더라도
가장 순수하고 원없이 꽃다운 시절에
늙어서는 결코 누리고 느끼기 어려운
가능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본다.
반대로 가장 운없는 경우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치열하게 살아 자수성가해서
다 늙어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여전히 아둥바둥하다
결국 다쓰지도 못하고 외로이 병들어 죽는 것.
고등학교 시절 선생들로부터
잊을만하면 들은말이 있었다.
지금 죽을 것 같이 힘들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면
창창한 미래가 있으니 죽도록 공부하라는 것.
그렇게 나의 꽃다운 시절은
좋은 대학을 위해 무참히 갈렸다.
막상 그들이 얘기하던 좋은 대학에 와보니
확실히 중고등학교보단 훨씬 좋았다.
그러나, 여기 온다고 해서
창창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교과 과정을 따라가려면 고등학교만큼이나
더 열심히 공부해야했고
고등학교 시절엔 밤새본 적 없었는데
오히려 대학교 와서 공부하느라 밤새는 경험을 해야 했다.
대학교 와선 학점 관리 잘해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쉽다란 말을 듣고
좋은 학점을 위해 또 꽃다운 대학 시절을 갈아야 했다.
과거 시절 수많은 현재를 갈고 갈아 만들어진
지금의 현재는 기껏해야 대기업 월급쟁이.
물론, 남들보다 쉽게 대기업 월급쟁이가 되었지만
고작 대기업 월급쟁이가 되고자
그렇게 꽃다운 시절을 갈았어야 했을까란 생각이 든다.
갱년기를 심하게 겪던 몇 년 전
소향의 노래에 빠져 '바람의 노래'를 알게 되었는데
이 곡이 '고백부부'의 OST란 걸 알고
뒤늦게 정주행한 적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
감동적이어서라기보다
내 꽃다운 시절이 허망하게 날아갔구나란
억울한 감정 때문에.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갱년기를 심하게 겪는 이유가
과거 시절, 현재를 희생하고
오로지 미래만 바라보며 사는 가운데
한이 맺힌 거구나란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수많은 개저씨들도
켜켜이 맺힌 내면의 한을 그렇게 술로 푸는지 모른다.
난, 단지 술을 싫어해서 술로 풀 수 없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후회하고 한탄해봐야
지금의 현재는 또 다시 날아가게 된다.
물론, 어느 기간 동안은
반드시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곱게 보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년간의 갱년기를 겪고 나니
과거의 나와 화해를 했고
더 이상 아픈 과거에 집착하며 후회하지 않겠단
결심이 서면서 한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
물론, 이 세상에 대한 화는
아직 완전히 누그러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남과 비교하며 나 자신에 대해
화낼 생각은 없어졌다.
다만, 미래만을 바라보며 사는 습관은 생각보다
고치기 어려워 여전히 미래를 위해 살고 있다.
직장에 몸담고 있는 동안엔 열심히 돈을 모으다가
언젠가 직장에서 잘리면 열심히 쓸거란 생각으로.
내가 아내에게 언젠간 펑펑 쓸 시절이 올터이니
조금만 더 참으란 말을 하면
해맑게 웃으면서 "웃기시네"란 답이 돌아온다.
그럴 때마다 난 반드시 죽기 전에 다 쓸거란
대답은 하지만 막상 직장에서 잘리면
그 때엔 과연 맘놓고 돈을 쓸 수 있을까?
내 현재를 곰곰히 돌아보면
내 아내의 답이 맞는 것 같다.
막상 잘리고나면 원금을 조금씩 깨면서 살아도
풍족할텐데 원금은 깨기 싫어 현금흐름이 부족하다면서
충분한 연금이 들어오기까지
계속 현재를 갈면서 아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독교엔 거듭남이란 개념이 있다.
예수에 대한 믿음을 통해 거듭나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는 것.
어떻게 보면 과거와의 단절로서
불교적 가르침과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예수에 대한 믿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천국을 위해 전도에 힘쓰면서
이후의 일생을 갈아야 하는 무서운 법이다.
다단계 사업과 같이 구원 사역에 따른
열매의 크기에 따라 천국에서의 계급이 결정되기에.
믈론, 진정한 크리스찬이라면
마치 속세를 등진 수도승처럼
세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성령 충만의 행복은 누릴 수 있다.
물론, 성령이란게 결국 뇌가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현실이겠지만.
과거와의 단절은 중요하나
당연히 예외는 있다.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은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수많은 인간들을 상종해오면서
빌런, 사기꾼, 사이코 내지 소시오패스적 낌새에 대한
데이터는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런 인간과는 가능한 피하거나 빨리 멀어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똥과 포악한 동물은 더럽기도 무섭기도 해서
반드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똥물이 대자연의 필터를 통과하면
맑은 물이 되듯 과거의 기억 가운데
대체로 나쁜 기억은 안지워지는 얼룩같지만
세월이 갈수록 흐릿해지면서
어느 임계치 이하로 내려가면
더 이상 마음을 괴롭게 하지 않고
좋은 기억은 남아서
가끔 떠올리면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한다.
세월이 약이란 것도
역시 명언 중의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굳이 나쁜 기억을 떨치려
집착할 필요가 없다.
엄청나게 큰 고통이 아닌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36YLFwiw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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