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강신주 장자수업 [45강. 애태타 이야기 : 자유인의 치명적인 매력]

dirigent21 2024. 3. 16. 14:47

애태타 : 슬프도록 못생긴 그.
누군가를 제대로 알게 되면 

외모와 무관하게 느껴지는 매력.

-덕충부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묻기를,
애공 : "위나라에는 못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애태타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와 함께 있었던 젊은 남자들은
그를 사모해 떠나지 못했고
그를 보고 부모에게 
'다른 사람의 처가 되느니
차라리 그의 첩이 되겠어요'라고 

간청하는 젊은 여자들이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일찍이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걸 들어본 적 없고
그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호응했을 뿐이죠.
제가 그를 불러 살펴보니
정말 온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못생겼더군요.
저와 함께한 지 몇 달이 되기도 전에
저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한 해가 되기도 전에
저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나라를 그의 손에 맡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저를 떠나버렸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것처럼 실의에 빠졌고
더 이상 이 나라를 함께 

즐길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공자 : "그는 분명 소질은 완전하지만
덕은 드러나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애공 : " '소질이 완전하다'는 무슨 뜻인가요?"
공자 : "죽음과 삶, 생존과 파멸, 

성공과 실패, 가난과 부유함,
능력과 무능함, 비방과 칭찬, 

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이것은 모두 사태의 변화이고
부득이한 움직임이어서
우리 앞에 밤낮으로 번갈아 나타나지만,
우리의 사유로서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로 

마음의 조화를 어지럽히거나,
이런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어서는 안 되죠.
마음으로 하여금 조화롭고 즐겁게 하여,
타자와 소통해도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삶의 연속성에 틈이 없도록
타자와 함께 봄이 되어야 하니까요(여물위춘).
이것이 타자와 마주치는 순간마다
마음에 그에 맞는 때를 생성시키는 겁니다.
이런 상태가 바로 '소질이 완전하다'는 말의 의미죠."
애공 : " '덕이 드러자지 않는다(덕불형)'는 무슨 뜻인가요?"
공자 : "고르다는 것은 물이 최고로 안정되어서
표본이 될 만한 상태입니다.
안으로부터 잘 보전되고
밖으로 동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이라는 것은 조화로움을 이룬 결과물입니다.
덕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에게서
타자는 떨어져 나올 수가 없는 법이죠."




공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유학과 무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장자가 만든 이야기에 근접.
젊은이들의 특징 : 외모에 민감.
외모에 신경쓰는 이유 : 노예근성, 선택받기 위해.
나도 모르게 나를 꾸밀 때 

누군가에게 뽑히기를 원하는 마음.
외모 꾸미기 : 지배/복종 사회의 패턴.
진정한 어른을 만난 젊은 남자들.
애공의 생각 : 애태타의 비법만 얻으면 

내가 천하통일하겠는걸?
애공에게 가장 소중한 나라까지 애태타에게 맡김.
토끼풀 반지를 줄 때 잘 지냈는데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니 떠남.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들 들어본적 없다 : 교주가 아님.
생각할 주제 : 1)왜 매력적? 2)왜 떠났나?
자유와 사랑의 세계(좋으면 머물고 싫으면 떠남) vs. 
지배와 복종의 세계(싫어도 머몰고 좋은데 떠나기도).
표리부동하지 않은 자유와 사랑의 세계에 속한 사람들.
애태타가 내곁에 있으면 나와 있는 것이 좋은 것,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
소질이 완전한 것 : 싫은 티/좋은 티는 내는 아이들.
내게 기쁨, 힘, 봄을 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어느 곳에서 불행을 느끼고 있다면 떠나야.
이론적인 전문적인 교육 중심이 된 우리 사회.
전문가라는 이름의 바보로 교육받는 우리.
쓸모 있어야 하는 우리 사회.
행복을 다른 데서 꿈꾸는 우리.
여행도 때가 있는 것.
장자 변무 편,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지 마라."
애태타의 메시지 : 너는 너대로 훌륭하다, 비교하지 않음,
주어진 자체로 완벽한 삶.
아름답다고 보는 것 : 

못생김과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보는 것.
누군가를 처음 본 것처럼 본다면 비교는 불가능.
나라를 받은 애태타 : 

지배와 복종 관계를 요구받는 기분,
겨울이 찾아 왔으니 봄을 찾아 떠남.
덕을 드러내지 않음 : 

거울 같이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것,
덕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은 

상대방에게 위축감을 줌.
자유인 : 지적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음.
겨울을 견디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의 장자.
중간중간 바람이 불어도 
내 삶은 대부분 봄이었다고 생각할만한 삶을 살기를




나는 원래 독신주의자였다.
내 이상향은 다소 미성숙한 사람들이 생각할 수도 있는
완벽한 외모와 성격을 지닌 현모양처였다.
즉,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지혜롭고 현명한데다
내 말에 순종하며 음식 솜씨도 뛰어난 그런 아내.
나 자신은 왕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렇게 높은 기준을 가진 미성숙한 거지 왕자이다 보니
세상엔 이런 여자는 없을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여자를 만날 생각도 안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와 

생각지도 못한 첫 연애를 하게 되었다.
아내는 남들도 이쁘다고 하고
내 눈에 보기에도 이쁘다.
내 아내와 나는 합창단 생활을 4년 정도 같이 했는데
몇 년간은 전혀 인사하지 않고 지냈었다.
왜냐하면 나는 음악 이외에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이성에 대해선 

더더욱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내보다 1-2년 정도 먼저 

합창단 생활을 먼저 시작했는데
언젠가 예술의 전당 무대위를 오르는데 

소프라노 대열 맨 끝에 못보던 얼굴로 

얌전하게 서 있는 한 여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소프라노 단원들이 앞쪽에 먼저 서고
테너였던 나는 맨 끝의 좁은 공간을 통해 뒤로 올라갔었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에 내 아내 주위가 환해졌고
그 때의 내 아내는 천사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잊고 지냈었다.

그렇게 한 1-2년 지나고 다른 연주 준비를 위해
예술의 전당 리허설룸 뒤에 서 있는데
앞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뒤로 확 돌더니 

환하게 웃으며 해맑게 인사했다.
그 때 내가 봤던 바로 그 여자였다.
수십 명의 여성들이 있었지만 

내게 그렇게 해맑게 인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서 꽤 당황했지만 

머쓱하게 같이 인사하고
또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그러다가, 합창단 내 아카데미에서
화성학을 먼저 이수했고 

아카데미 학생이었던 나로선
일종의 조교로서 이후 수강하는 분들의 
화성학 문제 풀이 채점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내 아내의 것도 채점을 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여러 이야기를 하며 

내 아내에게 빠져들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연애를 하며 

내 아내로부터도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합창단 연습실로 내가 가는 모습을 봤는데
어디선가 빛이 나는 것 같아

둘러보니 내가 보였단다.
순간, 난 저런 사람과 결혼하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단다.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준다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
요즘은 그러한 건 믿지 않으므로
아마도 나와 내 아내는 서로에게 끌리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착각일 수 있으나
난 객관적으로 뭔가의 장단점을 잘 보는 편이고

단점을 더 잘 파악한다.
즉, 아무리 어떤 사람에게 반해도
그 사람이 부족한 것은 냉정히 본다는 뜻이다.
내 아내가 비록 얼굴은 예뻤지만
몸매를 보니 내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장난처럼 텔레토비, 

뽀통령(뽀로로)이라 놀리기도 한다.
연애할 때 내 아내에게 텔레토비라고 놀렸던 적 있는데
화들짝 놀라 자신의 몸매를 자세히 보니 

진짜 그렇단 걸 알았단다.
자신은 연애하면서 단 한 번도 

몸매에 대해 지적질을 당해본 적 없어
자신의 몸매가 어떠하다는 걸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데
완전한 T형 인간인 내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아내는 수영을 잘해서 

동네 수영장을 자주 가는데 
수영장 동료들에게 신랑이 내 몸매가
텔레토비, 펭귄 수준이라 놀린다고 하면
언니 몸매가 어때서 그러냐면서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댄다.
그 사람들이 매너가 좋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 아내로부터 애태타적인 매력을 느껴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내 아내는 신사임당 수준의 

학식과 지혜를 갖고 있지 못하고
밖에서 일을 하는 타입이라 

뛰어난 음식을 내게 대접하지도 않으며
도리어 내가 챙겨줘야 한다.

물론, 24시간 내내 내 아내가 사랑스러울 순 없고
가끔 난 왜 100점짜리 현모양처는 

만나지 못했을까란 자괴감을 느끼고 
이처럼 내가 가지고 있던 절대적 기준에 

못미치는 부분이 있음에도
내 아내의 짧은 다리가 못생겨보이기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아내의 심성이 기본적으로 착하고
같이 있으면 너무나도 마음이 편한 
애태타와 같은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 억지로 애태타와 같이 되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그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애태타는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어딘지 모르는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근본적인 여유가 스며나와야만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에.
따라서, 배우지 않아도 이러한 것을 타고난 사람은
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난 것이다.
불행하게도 내겐 이런 유전자가 전혀 없다.
물론, 역행자와 같은 책을 보면
화법이라든지 여러 자기 개발서를 통해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노력할 생각은 없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나는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