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지금까지 내가 아는 한
쇼펭의 피아노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피아노와 관련된 곡 가운데
베토벤 소나타 21 발트슈타인과 함께 top 2이다.
리듬은 정말 단순하지만
정말 내 맘에 들도록 치는 피아니스트가
드문 곡이니 생각보다 어려운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수백번을 쳐서 외울 정도이지만
피아니스트의 2/3정도의 템포에도
틀린음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 민망할 정도니까.
대양, 혹은 파도란 부제가 붙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캡틴으로서 평생 배를 타시면서
오대양을 오가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거친 파도를 경험하셨을까.
중학교 3학년 때 한 달 정도 일본으로 귀항하셨을 때
일본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께서 직접 모시는
수백미터급의 화물선을 타고
일본 해안을 따라 이동한 적 있었다.
멀미를 안하는 체질임에도 아버지 배를 탔을 땐
멀미로 죽는 줄 알았다.
배가 워낙 크다보니 큰 진폭의 극 저주파 진동으로서
엘리베이터를 내리기 직전의
그 느낌을 계속 받으니까 죽을 지경이었다.
태평양 중간을 오갈 때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
그 큰 배가 45도 폭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땐 온 배의 물건이 다 떨어질 정도라고 하셨다.
이 곡을 들으면 개인적으로
거센 파도 가운데에서의
뱃사람으로서의 아버지의 애환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물론, 거대한 산맥과 같은 장중한 선율과
대자연의 엄청난 에너지를 표현하는 듯한
분산 화음의 조화는 내가 좋아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 곡의 악보를 보면 이게 쇼펭의 진짜 의도인지
아니면 기보상의 실수인지 혼동이 되는 음표 두 개가 나온다.
조성만 바뀌었을 뿐 실제로 동일한 계이름이다.
계이름으로 '솔'로 된 부분인데
대부분의 연주에선 '파'로 바꾸어서 연주하고
나도 그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악센트가 붙은 음은 페어로서
한 옥타브 차이가 나는게 맞고
선율적으로도 그 다음 마디의 미로
순차하행으로 해결되는게 화성적으로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악보 그대로 연주하는
분도 있지만 뭔가 어색하다.
1. Maurizio Pollini
가장 교과서적인 해석이다.
과거 언젠가 생각보다 쇼펭의 루바토는
템포가 심하게 변하지 않는게
정석이라는 글을 봤던 것 같다.
쇼펭 해석의 권위자인 폴리니는
이 곡에서 거의 일정한 템포를 유지한다.
어설픈 템포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단
차라리 안하는게 더 낫다고 보는 입장이어서
이 연주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rHHl8GLEZY
2. Grigory Sokolov
처음 알게 된 피아니스트인데
내가 지금껏 들은 연주 가운데 가장 빠르다.
폴리니의 바다는 일정한 패턴의 파도라고 본다면
이 분이 표현하는 바다는 거친 바다의
날 것 그대로라고 느낄만큼 강렬한 연주이다.
폴리니보다 루바토의 변위가 폭넓은데
훌륭한 루바토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9vA8qX_p11w
3. Murray Perahia
예전 직장 동료가 들어보라고 추천해줘서
처음 알게된 피아니스트이다.
덕분에 이 분의 쇼펭 에튀드 전곡을
한 동안 애청했었다.
터치가 강렬하진 않지만 매우 섬세한 편이다.
특히 이분은 옥타브 관계의 당김음이 나오는
아래와 같은 곳을 충분한 루바토로
매우 잘 해석해서 거친 파도가운데
물이 첨벙대는 듯한 느낌을 잘 표현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c4UpspuKQ
4. Lang Lang
폴리니와 유사한 해석으로서
루바토를 많이 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껏 이 곡을 연주한
둉양계 피아니스트 가운데
그나마 제일 맘에 든다.
다만, 댄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k9uatmMD9YU
5. Evgeny Kissin
피아노의 귀신이라 불리는 키신의 연주 역시
절제된 루바토를 선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아래와 같은 맨 마지막 부분에서의
왼손의 으뜸음과 딸림음의 악센트가
정말 중요한데 이 부분이 너무 약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1xhrHdONiw
6. 임윤찬
요즘 한국의 피아니스트로 워낙 유명하다.
그런데 적어도 이 곡에 관해선
내 관점에선 최악의 연주로 보인다.
특히, Murray Perahia가 정말 잘 해석한
아래의 악보에서 이상한 루바토를
적용하여 마치 "미레도"에서의 "미"에
악센트가 충분히 적용되지 못하고
어설프게 넘어가면서
4분음표가 아닌 8분음표와 같이
"레도"에 비해 지나치게 짧아
기이한 리듬으로 들린다는 점이다.
아래의 호로비츠도 이 부분을
유사하게 해석한다.
임윤찬도 이 정도밖에 연주하지 못하니
단순해보이는 이 곡이 얼마나 어려운 곡인지
다시금 실감난다.
조성진의 연주와 비교하고 싶었는데
조성진의 연주는 너튜브에선 찾을 수 없어 아쉽다.
https://www.youtube.com/watch?v=JOFhoPwfukA
7. Vladimir Horowitz
워낙 유명한 피아니스트인데
내가 알던 그 분이 맞나 느낄 정도로
이 곡의 해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군데 군데 대충 치는 듯한 느낌,
음악의 맥이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이 강하고
임윤찬의 연주에서 언급한 부분의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늗다.
https://www.youtube.com/watch?v=A92yMDVzB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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