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강신주 장자수업 [40강. 재경이야기 : 예술, 사랑이 간신히 탄생하는 순간]

dirigent21 2024. 3. 13. 12:30

 

재경 : 경탄할만한 솜씨를 가진 조각품을 만드는 목공,

포정/윤편와 같은 삶의 달인.

장자의 조언 : 세상으로 마음을 열어 소인이더라도

타자와 열린 경험을 하라.

-달생

재경이 나무를 깎아 악기 받침대를 만들었다.

받침대가 만들어지자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귀신의 솜씨와 같다며 놀라워했다.

노나라 군주도 보고 재경에게 질문했다.

군주 : "너는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가?"

재경 : "저는 비천한 목공인데

별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받침대를 만들 때 기를 소모하는 일 없이

재계하여 마음을 고요하게 만듭니다.

3일 동안 재계하면 치하의 상이나

작록 등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게 됩니다.

5일 동안 재계하면 비난과 칭찬,

숙련과 거침이란 평가를

마음에 두지 않게 됩니다.

7일 동안 재계하면 문득 나 자신에게

사지와 몸이 있다는 것을 잊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국가의 위세에 대한 두려운 생각이

마음에서 없어지게 되고

안으로는 마음이 전일해지고

밖으로는 방해 요인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다음에 저는 산림으로 들어가

나무들의 자연스러운 성질을 살피는데,

그러면 나무들의 몸이 하나하나 제게 다가옵니다.

그 후 완성된 악기 받침대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나무 한 그루가 마음에 들어와야

저는 손을 대서 자르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결코

나무에 손들 대지 않습니다.

저의 역량과 나무의 역량이 부합하니

제가 만든 악기 받침대를

귀신이 만든 것 같다고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재(목공)경(축하) == 나,

나무 == 타자(사랑의 대상).

사랑과 자유의 관계를 막는 것은 국가?

지배 :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하려는 것.

복종 : 누군가의 말만 들으려는 것.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망할 수 있는 농사.

농부의 뜻대로 자라지 않는 작물(타자),

할 수 있는 것 : '물꼬 트기'.

악기 받침대의 시작 : 귀족의 명령,

그러나 하청받은 것을 잊기 시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도 그러하였을 것.

조각칼을 잡는 순간, 나무와 있을 때는 자유로움.

상 : 명령을 한 사람에게 받는 인정.

칭찬 : 주변 장인, 대중에게 받는 인정.

몸을 잊음 : 생사를 넘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

지배/복종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힘 :

죽어도 복종 못한다.

자유? :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

예술가의 딜레마 :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슬픔.

공조 : 국가의 위세.

재경/나무를 남녀 관계로 보면 사랑,

혹은 아이일 수 있는 거(악기받침대).

Erotic의 철학적 의미 : 타자를 만나 기쁜 것.

밖에 나가 뭔가 보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 관계는 에로틱한 것.

Alain Badiou(자크 데리다 이후

프랑스 현대 철학계의 마지막 거장,

범 마르크스주의자,

20세기 후반 인문학의 중심지 프랑스,

오늘날 인문학의 중심은 이탈리아),

"사랑은 둘이다", 하나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바디우.

사랑 : 두 사람의 주인공이 생기는 것,

씨줄(재경)/날줄(나무)이 되어

직물을 짜듯 만들어가는 관계.

상대방의 날줄이 섞여 나의 씨줄이 새로워짐.

산에 올랐을 때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나무와 재경.

재경을 향한 나무의 속삭임 :

나라고, 나를 인정하라고.

지배의 관계 : 내 뜻대로 타인을 부리는 것(내 말 들어).

복종의 관계 : 타인의 뜻대로 사는 것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께).

마음을 비움 : 국가/명성/인정/욕구/대중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비운 후 주인으로 인정할만한 나무를 만난 재경.

재경이 주인의 말만 들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작품.

군주나 귀족은 재경이 만든 것을 긍정할 수 있을까?

거를 사랑한다는 것은 재경의 자유를 사랑하는 것.

지배자 딜레마 : 작품에 찬탄하지만

자신의 돈으로 만든 것이란 의식.

그래서, 인간이 아닌 귀신의 작품으로 치부하는 것.

평범하지만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자유로워지려 함.

거를 만드는 동안만큼은 자유로웠던 재경.

바람이 쌓여야 날아가는

대붕처럼 힘을 얻을 수 있는 재경.

자유로워지긴 힘드나 사랑은 그 힘을 줌.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자신을 비운 사람들을 보여주는 재경 이야기.


신과 한 몸을 이루는 사랑을 강조한

기독교적 사랑보다

둘을 인정하는 인문학적 사랑이 더 아름다워보인다.

음악의 3요소로서 리듬, 가락, 화성이 있는데

수평적인 요소인 리듬 가락은 씨줄,

수직적인 요서인 화성은 날줄을 이룬다.

바흐 등 대작곡가의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씨줄로서의 대위법과

날줄로서의 화성법이 기가막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작곡가 하이든은

헝가리계 귀족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30년간 하인으로서 봉사했다.

이 30년간의 수련 기간 동안엔 대부분

그저그런 음악이 탄생하였으나

이후 런던으로 건너가 자유로운 신분이 되고

그곳에서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되어 그 이후

메시야에 감명을 받아 천지창조란 작품을 만들었고

넬슨미사(일명, 불안한 시대의 미사),

파우켄(북)미사, 전쟁미사 등

6개의 후기 대미사곡도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작곡가 베토벤은 그의 후원자이자 벗이기도 했던

올뮈츠 대주교의 서품을 축하하기 위해

1818년 장엄미사 작곡을 시작하였으나

외부 사정과 타협하지 않았던

그의 성격상 5년이나 걸려 완성하여

주교 즉위 축하용으로 쓰이지 못했다.

베토벤 장엄미사를 보면 미사라는 형태는 띄고 있고

미사곡의 전통을 고수하는 반면,

그 음악은 교향악의 대서사시라고 볼 정도로

굉장히 파격적이다.

이 모두 예술가가 자신의 자유와 타협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 상태일 때

최고의 걸작이 탄생하는 예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