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강신주 장자수업[8강. 손약 이야기]

dirigent21 2024. 3. 10. 13:31

손약 : 손트지 않게 하는 약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만약, 세계가 하나라면 이 세계에서 못 살면 구원받을 수 없다.

세계가 많으면 다른 세계로 건너가면 그만.

협소한 이 세계에서 죽도록 노력하는게 의미있겠으나

안되고 불행하거나 날 쓸모없이 취급하면?

세계는 무수히 많으니 다른 세계로 떠나라.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장자의 가르침

-소요유

혜시 : "위나라 임금이 준 큰 박씨를 심었더니

다섯 섬이나 담을 수 있는 박이 열렸다네.

그런데 거기 물을 채웠더니 너무 무거워 들 수 없었지.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었더니,

깊이가 얕고 납작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 없었네.

놀랄 정도로 큰 박은 아니지만

무용하다고 생각해 깨뜨려 버렸네.

장자 : " 여보게, 자네는 큰 것을 쓸 줄 모르는군.

송나라에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약을 손에 바르고 무명을 빨아 탈색하는 일을 대대로 하였다네.

어떤 이방인이 그 말을 듣고,

금 일백 냥을 줄테니 약 만드는 비방을 팔라고 했지.

그 사람이 가족을 다 모아놓고 의논하기를,

'우리가 대대로 무명을 빨아 탈색하는 일을 했지만

기껏해야 금 몇 냥밖에 만져보지 못했는데

이제 이 약의 비방을

금 일백 냥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나 팔자'라고 했다네.

그 이방인은 오나라 임금에게 가서 그 비방으로 유세를 했지.

마침 월나라 임금이 싸움을 걸어오자,

오나라 임금은 그 이방인을 수군의 대장으로 삼았네.

결국 겨울에 수전을 벌여

그 이방인은 월나라 군대를 대패시켰네.

오나라 임금은 그 사람에게 땅을 떼어주고 영주로 삼았지.

손 트는 것을 막는 약은 동일하나

한 사람은 그것으로 영주가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명 빠는 일을 면치 못한 것은

사용한 바가 달랐기 때문이지.

자네는 어찌하여 다섯 섬을 닿을 수 있는 박으로

큰 술통을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워 놓고 즐길 생각을 못하고

깊이가 너무 얕아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고만 걱정하는가?

자네는 아직도 '쑥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


장자가 인정한 유일한 철학자 : 혜시

혜시의 입장 : 쓸모없으면 버려야 함.

송나라 : 춘추전국시대 국가 중 오래전 발달한

북쪽에 있는 장자의 고향, 장자 이야기에 송나라가 나오면 집중하기.

겨울이 긴 송나라에서 겨울에 손트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

남쪽의 따뜻하고 물이 많은 오나라,

월나라는 당시엔 중국 질서에 편입되기 전.

오월동주 : 적대 관계에서 협력하는 비유.

두 개의 세계 : 오나라와 송나라.

장자와 비슷한 사유를 한 대표적 인물인

비트겐슈타인, "언어의 의미는 쓰임에 있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서의 욕 : 와서 반갑다는 의미.

정보 컨텐츠의 시대에서

하나의 문맥으로 통일되고 있는 현대사회,

문맥을 무시한 짜집기 마녀 사냥.

하나의 문맥으로 세계를 일치시키거나

하나의 세계로 만드는 것을 싫어한 장자.

텍스트주의(문맥은 하나) vs. 컨텍스트주의(con[둘러쌈]+text, 문맥은 많다).

다양한 의미를 담은 '사랑해'.

시와 소설을 읽기 힘든 이유 : 그 세계로 뛰어들어가야 하나

자신의 문맥으로 끌어오기 때문.

여행의 이유 : 문맥의 다양성을 느끼라고,

그런데 잘못된 여행으로 우리 나라가 최고라는 결론에 다다름.

소모적인 SNS의 폐해 : 지속되는 갈등과 좁아지는 문맥.

문맥이 획일화되는 오늘날 벌어지는 소통의 문제.

'쑥의 마음'이란? 땅바닥에 붙어 있는 쑥 == 손약은 이렇게만 써야 해.

원래 마음은 이 문맥 저 문맥을 오가야 하나

너는 쑥처럼 땅바닥에 딱 붙어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쑥의 마음을 가진 송나라 사람 vs. 다양한 문맥을 지닌 이방인.

주변 세계에 갖히지 말고 새로운 문맥을 만들어라.

손약으로부터 빨래할 때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이란 문맥이 시작되어 수전 문맥으로 확장.

인간은 의미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박으로 즐길 수 있는 문맥의 탄생.

왜 주어져 있는 만들어진 문맥만 찾으면서

네가 살아나는 문맥을 만들지 못하니?


포스트잇에 사용되는 접착면이

3M의 접착제 개발 실패 사례로부터

대박을 친 것은 유명한 사례다.

나를 포함해 한국인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로서

시야와 생각이 대체로 매우 협소하다는 것이다.

제주도 내지 국내 관광지를 가보면

당장에 나만 돈을 벌어야겠단

근시안적 사고 방식으로 난개발을 하여

값을 매기기 힘든 대자연의 작품을 망쳐놓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부산 남천동 광안리에 위치한 비치아파트에

초딩부터 고딩까지 살았던 나로선 아파트 풀입주 전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광안리 해변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수많은 게들이 줄지어 다니고

형형색색의 생물이 가득하여 들어가기 무서워 벌벌 떨었을 정도로.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깨끗한 바다,

백사장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가비들.

그러나, 해변 주변으로 수많은 위락 시설이 생기면서

날이갈수록 파괴되어갔고

마침내, 초딩학교 이후론 광안리에서

해수욕을 맘놓고 즐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오폐수를 엄격히 관리하면서

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시설을 들였다면

광안리는 세게적으로 아름다운 해변이 되었을텐데

지금은 그저 카페에 앉아 쓰레기가 잘 보이지 않는

먼 곳의 경치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광안리 뿐만 아니고 웬만한 국내 해변은 잘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물이 더러워져서.

내가 교육 받던 당시엔 쓸데 없거나

어이 없는 질문을 하면 선생한테 처맞았다.

그럴 정도로 새로운 생각을 억누르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교육만 집중적으로 받았고

그 결과, 수많은 엘리트들은 자기 창조력을 상실한채

삭막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뿐이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교육은 현재 진행형인 것도 모자라

생각이 순수하고 참신한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 대비 반토막,

아니 반의반토막이 날 지경이니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련지 모르겠다.

송나라 사람과 이방인 누가 옳은 것일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이야기만 가지고 언뜻 생각하기에

이방인이 승자인 것 같으나

누가 알겠는가?

이방인은 영주 노릇하다가 배신자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정치 싸움에서 밀려 모함을 받아

역적으로 몰려 처참하게 죽었을지.

반면, 송나라 사람은 금 백냥을 밑천 삼아

사업을 잘 키워 거부가 되었을지.

내 인생을 돌아보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중대한 실패의 경험이 있다.

변리사 자격 시험 공부를 하면서

1차 시험까진 합격했으나 2차 시험에 낙방하며

3년간의 고시 공부를 정리한 적 있다.

그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고시공부는 내 적성과 너무 맞지 않고

설령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평생할만큼의 재미마저 없겠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만약, 그 때의 실패 경험이 없었다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큰 벽이 가로막으면 다 때려치고

고시 공부나 할까란 생각에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나오는 큰 실수를 했겠으나

미리 실패의 예방 주사를 맞아

그 세계는 내 세계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실패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의 구렁텅이로 다신 들어가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돈을 소중히 여기긴 하나

내 영혼까지 억누르며 갈아 넣는 일은 과감히 포기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

예스맨을 자처하며 말이 안되는 일까지 벌이는 건 과감히 거부했다.

앞으로도 평사원으로 지내다 회사 생활을 마감하겠지만

생각의 여유를 갖고 돈과 명예는 덜가질지언정

좀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된 것에 만족한다.

물론, 임원이 되어서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

가장 좋긴 하겠지만 둘 다 가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앞으로 남은 반평생에서 해야할 것은

내 생각을 옭아매는 족쇄 하나하나를 풀어나가는 것일게다.

내 생각을 옭아매고 있는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질수록

더 큰 세계를 보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 가운데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