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

핸델(Handel) : 메시아(Messiah)

dirigent21 2024. 5. 18. 08:13

메시아는 오라토리오란 장르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가운데

서양 음악의 위대한 유산이지만

연말이 되면 교회 내지 콘서트홀에서

갖가지 형태로 워낙 연주를 많이 해와서

크리스찬이라면 다소 식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내가 아는한

연주 수준이 조악하므로 메시아에 대해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 인상을

쌓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렇게 시끄럽고 정신사나운 음악이 아닌데

뭐 저렇게 잡스런 음악이 있지란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핸델은 바흐와 동갑내기로서

두 분 모두 돌팔이 존테일러로부터

백내장 수술을 받고 장님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참으로 역사적 비극이 아닐 수 없고

그 돌팔이는 음악사적으론

만고의 역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 음악을 접했을 땐

핸델의 음악을 더 좋아했는데

지금은 바흐의 음악을 더 좋아한다.

두 훌륭한 분을 감히 오징어에 비유해서

죄송하긴 하지만

핸델은 가공한 오징어채의 느낌이고

바흐는 자연 그대로 말린 오징어 느낌이다.

먹기엔 오징어채가 좋고 식감도 좋으나

씹을수록 맛이 금방 빠져나가는 반면,

자연 그대로 말린 건

반건조가 아닌한 딱딱하고

잘못 씹으면 입안에 상처가 나기도 하나

씹을수록 진한 맛이 난다.

핸델의 음악은 별거 아닌 음악적 소재로

감동을 주는 방법을 알아

진입 장벽이 낮지만 계속 들으면

비교적 식상해지는 측면이 있다.

할렐루야 합창을 들어보면

정말 몇 안되는 화음과

별거 없어 보이는 음악적 소재로

그렇게 놀라운 음악을 만들었다.

핸델의 이러한 측면을

베토벤이 잘 배워

5번 교향곡의 1악장과 같은

음악이 탄생되지 않았겠는가.

반면, 바흐의 음악은 핸델에 비해

그렇게도 많은 음악적 소재를 가지고도

감동 효율이 무척 낮아

처음 듣기엔 따분하게 들리지만

익숙해지면 더 깊이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음악을 직접 분석해보면

핸델을 분석할 때와

바흐를 분석할 때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니

객관적인 비교 평가의 대상이 되어선 안되고

두 분 모두 서양음악사에 있어서 위대하다.

단순한 언어로 대중의 마음을 휘잡는 능력 역시

가벼이 취급할 수 없고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 성가대원로선 주요 합창곡은

불러보았으나 연주회로선

합창단엔 뒤늦게 합류하여

합류 전에 많이 연주했었던

메시아 연주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다.

20대초 언젠가 동네에서 신앙서적 팔던

에덴서점이란 곳에서

핸델의 메시아에 대한 해설을

쓴 책을 본 적 있다.

이 곡을 무려 20여일 만에 다써서

이건 사람이 쓴게 아닌 사람이 썼고

핸델 그 자신도 초몰입하다

뛰쳐나와 이건 내가 쓴게 아니라

신이 내 손을 빌어 쓴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궁하면 통하듯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능력치가

극대화되기도 한다.

여기에 종교적 신념이 더해졌으니

굳이 기적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너무 다급하게 작곡해서인지

이 곡은 수많은 수정이 거듭되어

수많은 버전이 존재한다.

 

메시아에 대한 구체적 해설은

아래 영상이 적합해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MfT7NViA1Z4

 


 

1. Trevor Pinnock

현재까지 들어본 것 가운데 개인적으로

해석 및 음향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프라노 독창의 역량이 부족하고

"Lift up your heads(문들아 머리들라)"

에서 "the lord of lord" 가사에 붙은

8분음표 3개를 뭉게버린 것이겠다.

또한, 상대적으로 테너 합창이 지저분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사실 어느 합창단에서나 테너가 가장 큰 문제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테너는 희소가치가 있으니.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Brs-r77FPJKwj71KvnuwTiewVetpckME

 

G.F. Handel - The Messiah, HMV 56: The English Concert Orchestra & Choir conducted by Trevor Pinnock (1988)

 

www.youtube.com

 

2. Stephen Cleobery

보이소프라노, 카스트라토 등으로

구성된 합창으로서 깨끗하다.

"할렐루야" 합창에서 트롬바의

실수가 옥의 티이긴 하다.

주관적으로 템포가

약간 빠른 느낌이나 지나친 편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_mZ6GYh2ls

 

3. John Eliot Gardiner

마지막 합창 "Amen" 해석이 독특하다.

바로크에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레가토와 느린 템포를 고수한다.

20대에 처음 들었을 때

뭐 이런 엉터리 해석이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들어보니 나름 미적 효과가 있어 들을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Snc68cHdSBU

 

4. Paul McCreesh

소프라노, 알토 파트는 탁월하다.

다른 곳은 대체로 빠른 템포로 연주하나

맨 마지막 합창 "Amen"은

가디너와 비슷한 해석을 가미했다.

해석 관점에서 볼 때

대체로 템포가 빠르고

음의 단절이 심해

지나치게 디지털적이어서

내겐 음악이 방방뜨는 것 내지

경박스럽게 들린다.

다만, 취향에 따라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소리는 청아하고 맑으면서도

다이나믹스의 범위는 풍부하면서

진중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스타일의 해석은 좋아하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ZFEj9Sypr75hvYcmoDTI4TzP_nu5_gbs

 

Handel: Messiah

 

www.youtube.com

 

5. Vàclav Luks

youtube에서 검색하면

맨 처음 추천으로 떠서  들어보았다.

빠른 템포를 선호하는 사람은 들을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H3T6YwwU9s

 

6. Karl Richter
메시아 음반으로서 가장 처음 접했고

내 젊은 시절엔 명반으로 손꼽혔었다.

음악 해석은 상당히 진중하여

바흐의 해석에서와도 같은

리히터 특유의 현대적 해석이 가미되어 있다.

합창 소리에 민감하지 않으면

가장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전 연주 단체에 비해

합창 소리에 잡스런 소리가 상당히 끼어 있어

(소프라노 파트만 비교적 훌륭한 편)

완벽한 화음을 듣긴 매우 어렵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몇 곡은 빠져있으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곡은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다른 영상을 찾아보면 독일어 버전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3QHmaL4bWA&list=PLyrS5_ErY3KRgDhBWsaBz22dGgSjoH6cK

 

7. Sir. Thomas Beecham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으나

예전엔 세종문화회관에서

교회연합성가대로서 수백명 규모의

메시아 대연주회 같은걸 했었다.

아마 그런 뷰류의 연주와

가장 가까울 수 있다.

핸델 사후 18세기 말부터

대규모 연주가 유행했고

하이든도 그런 연주를 보고

또 하나의 위대한 유산으로서

천지창조를 남겼으니

대규모 연주라고 핸델적이지 않다고

싸잡아 비난할 것은 못된다.

대규모 편성이라도 합창과 관현악이

오버하지 않고 정갈하면 괜찮으나

그러기 쉽지 않으므로

편성이 커지면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에서와 같은 대규모 합창은

웬만하면 그렇게 지저분하게 들리지 않지만

바로크 음악엔 빠른 패시지의

멜리스마가 많기 때문에

빠른 멜리스마를 잘하면서 음정이 정확한

합창단원 수백명을 모으기 결코 쉽지 않고

모았다고 해도 정확한 싱크를 맞추는 것

역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연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합창이 시끄러운데

관악과 타악기가 심하게 보강되다보니

주관적으로 너무너무 시끄럽게 들려

도저히 끝까지 들어줄 수는 없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Br6ieRyzdbfgjJh2oU-yNiX-jH1NdOlk

 

Messiah Beecham Vickers 1959

 

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