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주역강해 [도입]
주역(The book of Changes)은 4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
3경(시경, 서경, 역경) 중 역경에 해당하는 책이다.
우연히 도올 tv에 들어가니
도올 선생께서 도올주역강해란 책을 펴시고
꽤 긴 시리즈의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도올 선생께서는 이 책을 쓴 목적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시대가 어수선하고, 생각의 좌표가 없어지며,
가치기준이 흐려지고, 온갖 거짓정보가 난무하니
사람들이 갈팡질팡하며 점에 의지하는 현상이 횡행한다.
역점의 도사라는 자들이
어리석은 개인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우중을 향해 터무니없는 발언을 일삼으며
나아가 정가에까지 마수를 뻗치는 부끄러운 일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아노말리의 시대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점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아가 인문학의 정수를 깨달아 인품이 깊어져
미신과 종교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한다.
근원적으로 인간의 운명, 운세는 실존의 문제이지
점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점을 치는 것은 지력과 노력으로도
선택의 기로가 보이지 않는 극한상황에서
신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의 소리는 점쟁이를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다."
동네 도서관에 책이 있어 빌려서
100여 페이지를 쭉 읽어 보았다.
읽어보니 쉽게 접근할만한 책은 아니어서 진입장벽이 느껴졌고
주역 기본 원리 정도만 알게 되었다.
기본원리는 2진법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것이나 그 이전에 주역에서 성립)으로서
양효(긴 작대기 -, 남성)와
음효(가운데가 비어있는 두 개의 작은 작대기- -, 여성)란 두 가지 심볼이 있다.
심볼 3개가 중복순열로서 8가지 괘( 2^3)가 만들어진다.
태극기에 보면 네 귀퉁이에 네 가지의 세 줄 작대기 무늬가 있는데
이게 바로 8괘 중의 4가지 괘인 건/감/이/곤 괘이다.
어려서 태극기를 그리고 건감이곤이란 말은 들었지만
이게 주역의 8괘 중의 4가지 괘란 건 처음 알았다.
위와 같인 세 자리수의 8가지 괘는 상,하로 쌓여
총 6개의 효가 쌓여 6자리를 이룬다.
즉, 3자리의 상괘와 3자리의 하괘의
곱사건에 의해 총 64(2^6)가지의 괘로 확장된다.
즉, 각 괘는 6가지 심볼의 조합으로 총 6자리로 되어 있는데
아래로부터 위로 두 개씩을 묶으면
맨 아래 두 개는 지,
가운데 두 개는 인,
맨 위 두 개는 천으로서 천지인을 상징한다.
각 괘마다 6위(아래로부터 맨위까지 6개의 자리, 초/이/삼/사/오/상)가 있다.
각 위마다 효사가 붙는데 이게 6효가 된다.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은 우리 인생의 과정을 상징하며
6위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상괘의 각 위로서,
초 : 무위, 미출세
이 : 하괘에서의 '중'으로서 상괘의 중인 '오'와 상통하는 중요한 자리
삼 : 하괘의 가장 높은 자리로서 불안정하여 상괘로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이의 자리로 다시 내려갈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요함
하괘의 각 위로서,
사 : 때를 기다리며 근신하는 자리
오 : 상괘에서의 '중', 군위로서 최상의 자리.
상 : 무위, 은퇴
주역의 사상은 신분의 제약을 전제로 하지 않아
누구든지 비룡이 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하므로
'개천에서 용난다'는 주역의 사상을 표방하고 있다.
장자에서의 구만리 대붕이 명태알만한 곤이 부화한 것이다라고
써놨는데 도올 선생께서 오해를 하신 것인지,
아니면 태초의 곤을 얘기하신 것인지는 모르겠다.
장자 소요유편을 보면 곤은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대붕과 같이 매우 거대하다고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64가지 괘와 6위가 결합하여
총 384(64*6)개의 함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
이게 바로 기본적인 주역의 몸통인 '경'에 해당한다.
이 '경'을 바탕으로 주희나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석학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달면서 십익을 이루는데
이게 바로 '전'이다.
역에 대한 해석론적 관점은
점역(상수지학, 한나라)과 학역(의리지학, 송나라)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상과 수를 도식적, 수학적으로 풀어내는데 반해
후자는 주희와 같이 상식적 언어를 통한 철학적 해석을 강조한다.
주역은 흔히 음양의 개념을 기술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노자는 강유(강함/부드러움) 개념으로 기술한다.
주희는 역에 관하여 주역본의, 역학계몽이란 책을 썼는데
그 중 역학계몽이란 책에 나와 있는대로
주역 점을 치는 방법도 나와 있는데
50개의 산가지를 준비하고
남쪽에 창이 난 예쁜 방에서 정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18번을 반복해서 괘를 얻는다고 되어 있다.
장자에서도 지리소란 캐릭터가
산가지를 들고 점을 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봐서
그 당시엔 산가지가 점을 치는데 널리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도올 선생께선 위 방법이 매우 번거로우니
100원 짜리 동전 세 개로 이순신이 나오는 동전 갯수를
확률 변수(0/1/2/3)로 하여 6번 반복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산가지를 쓰든, 동전을 쓰든, 다른 방법을 쓰든
기본적으로 점은 확률적인 무작위 샘플링 가운데
특정적인 하나의 샘플이 deterministic하여
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단 믿음이 있어야 하는건데
이건 종교적인 믿음의 영역이다.
확률론을 아는 사람이라면 확률 시행을 반복할 때마다
서로 다른 샘플에 대한 확률변수를 토대로 괘를 형성하면
위와 같이 18번만 반복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괘를 얻기 위한18번의 반복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산가지가 특정한 패턴으로 흩어지도록 인위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한
결국, 64괘 모두가 나오는 게임일 수 밖에 없다.
주역사전을 쓰신 다산 정약용 선생은
한 번도 주역 점을 친 적이 없이 다만 64괘에 대한
주석을 다는데만 몰두하셨다고 한다.
다산 선생이 남긴 말씀은 다음과 같다.
"저는 1804년부터 '역' 공부에 전심하여
지금까지 10년이 되었지만
단 하루도 시초를 세어 괘를 만들어
어떤 일에 점쳐 본 적 이 없습니다."
아무튼, 이진법을 바탕으로한 심볼의 조합으로
어떻게 이런 얘기를 펼쳤는지에 대해선 참으로 신기하긴 하다.
주역이 기본적으로 점을 치기 위한 책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연구하고
다산 선생까지 오랜 연구를 한 것으로 봐선
단순히 점치기 위한 책은 아니고
많은 교훈이 담겨 있는 책으로 판단되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진 모르지만
이 책을 공부하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rsCvvY6H0pXwt7qsAOp3xAUxQH8YdVHS
도올주역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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