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강신주 장자수업 [47강. 임종이야기]

dirigent21 2024. 3. 22. 13:30

죽음에 관한 현해, 맹손재 이야기에 이어

장자 자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열어구

장자가 곧 죽으려 할 때,

제자들은 장례를 후하게 치르려고 했다.

장자 :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곽으로,

해와 달을 한 쌍의 옥으로,

별들을 다양한 구슬로,

그리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생각하고 있네.

내 장례용품에 어찌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무엇을 여기에 더 보태려 하는가!"

제자들 : "저희는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쪼아 먹을까 두렵기만 합니다."

장자 : "땅 위에서는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가 되고

땅 밑에서는 땅강아지와 개미의 먹이가 되는 것이네.

그런데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를 빼앗아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주려고 하니,

어찌 이렇게도 편파적인가!"


B.C. 3000년 이후 인류에게 찾아온 비극 : 지배/피지배 구조.

상명하복 : 국가주의의 핵심.

계급사회의 상징이자 차별의 증거인 고분.

발터 벤야민(Walter Benigmin),

'야만의 기록이 아닌 문화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묻힌 사람이 아닌 만들게 한 사람의 힘을 상징하는 고분.

장자의 주장 : 나는 고분이 아닌 자유의 전통에 있으니

초원에 던져져 조장당하겠다,

나를 자유인으로 보내 달라,

나도 무언가의 고기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소요유 : 유목민의 정신,

떠날 수 있는데도 머물러야 가치 있는 것.

고분을 만들지 않는 유목민.

하늘을 치고 올라가는 피라미드,

권력의 최상단에 있겠단 의지.

장자 시절 지배와 복종이

관철되지 않은 곳이 많았던 천하 주변.

억압의 흔적이 없는 중앙 유라시아인들의

전통에 관해 연구하는 인류학자들.

오웬 래티모어(Owen Lattimore,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아시아 연구가),

"가난한 유목민이 순수한 유목민이다.

번성했던 유목 생활로 획득했던

악세사리와 사치품들을 떼어냄으로써

그들은 바로 그 초원에서,

심지어 가장 가혹한 초원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세우게 된다.",

중국의 내부 아시아 변경 중.

인류의 역사 :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는 역사.

자동차가 필수품이 되면서 직주근접이 깨어짐.

우리가 가진 것들이 사치품으로 보여야 버릴 수 있다.

유목민의 이동식 텐트처럼 낙타 한 마리면 이동 가능.

재산보다 자유로운 삶이 더 소중했던 유목민.

북경의 궁궐 안에 천막을 세워

자식들을 자게 했던 쿠빌라이 칸,

궁궐 생활에 적응하면 죽을 수도 있으므로.

불순한 유목민의 수장마저 고수한 이동식 천막의 전통.

악세사리가 없는 사람에게

궁궐, 자기 땽, 고분이 있을까?

우리가 잡고 있는 돈, 지위 같은 것들이

아무것도 못 잡게 하는 것.

특정 자리를 고집하면 좁은 세계에 갇힐 수 밖에.

고분에 갇히지 않기에 모든 곳에 누울 수 있는 것.

소요유의 세계 : 아무것도 안잡는게 아니라

붙잡고 있다 같이 죽는 것을 원치 않을 뿐.

흔한 착각 : '내 품은 이거 밖에 안돼.'

먹히는 존재가 아닌

영원히 먹는 존재이고 싶어하는 인간.

무덤에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땅을 깊이 판 스키타이족.

장자의 생각 : 다른 것들도 나를 먹을 자격이 있다!

중앙 유라시아에서

권력을 내려놓은 사람들에 의해

이어져 온 조장 전통.

무언가가 내 몸을 먹는 것과

부패하는 것을 싫어했던 권력자들.

피라미드 속 미이라 : 먹히지 않겠다는 의지.

유라시아 민족을 지배하기 위해

조장 풍습을 받아들였던 조로아스터교.

침묵의 탑 : 조로아스터교에서

조장을 치르기 위해 지은 탑.

왜곡된 조장의 의미 :

육체는 더러우니 짐승들이 처리해 하늘로 가면 안되게 함,

불을 신성시해 시체 태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면 안된다고 생각,

초기 인도 종교 : 화장 전통.

다비식 : 화장이 일반화된 동아시아 불교, 정착 국가.

중앙아시아에 가까워 조장을 받아들인 티벳불교.

조장 전통이 강한 이유 :

사랑하는 사람의 뼈와 살이 사라져

짐승과 풀에 가면 후손이 태어나 그들을 다시 먹음.

소요유 정신 : 내가 정착한 작은 땅에

집착하지 않기에 모든 땅이 내 땅.

장례를 지내면 생기는 상주(서열 1위).

장자의 자유 전통을 팔려는 제자들이 생긴 것.

내 장례를 후하게 치르는 순간

내 정신은 산산이 부서지는 것.

마치 장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핑계를 대는 제자들.

바람직한 스승과 제자의 이별 :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았을 제자들에 의해 전해진 책들.

장자를 주제로 한 철학 박사 :

장자 정신에 위배되는 것.

자기 스타일대로 각자 자유롭게 분투하며 살아가자.

공명 : 인문학의 핵심,

장자의 소원 : 너희들이 진짜 자유롭게 생각하는 그날,

나의 자유를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내가 살았던 2,500년 전으로 온다면

너희들도 나처럼 살았을 거다.

임종을 앞둔 장자의 질문 :

'나를 감당할만큼 살아내고 있는가?'


죽음에 관해서는

나와 100% 일치하는 장자 선생님의 생각.

인간의 가장 허접스러운 면은

장례를 치르는 모습에 있다고 본다.

피라미드, 진시황릉이 비록 굉장할지언정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슬프고도 처참한 역사의 현장이다.

성베드로 성당 등 유럽의 굉장한 성당들 역시

종교의 억압 체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슬픈 흔적들인것과 마찬가지로.

예수, 석가, 공자들 역시

비록 부족했긴 했으나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사유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자신의 온 몸을 내던진 측면에선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그 후학들이다.

자신의 스승을 쿨하게 보내고

어떠한 떡고물도 생각지 않았어야 하지만

인간들이란 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거나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방향으로 최적화된 동물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인간계가 아닌,

신의 영역에 있는 것 같이

기가 막힌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볼 때 그냥 그들로부터 배우거나

감동을 얻는 것으로 끝내야하지만

그놈의 미련 때문에 온갖 잡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소음을 낸다.

장자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했다면

각 분야에서 훌륭한 사람들을 보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들에게 보답하려고 하기보단

그들을 통해 깨달은 것을

세상 내지 후대로 전파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의 영역에 있어 보이는 그들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니

어찌 보면 대자연의 작품이다.

대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은

대자연의 피조물이 아니라

그 선한 영향력을 대자연으로 보내는게 순리다.

반면, 그들을 숭배하고 잘보이려 하거나

그들을 기념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참담한 역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