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Bruckner) : 테 데움(Te Deum)
테 데움은 미사, 진혼곡과 함께
교회 음악 장르의 하나로서
찬가적, 축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샤르팡티에,
핸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
드보르작,
구노 등 여러 대 작곡가들의 작품이 있다.
97년도 10월 정기연주회에 참여하면서
구노 장엄미사와 함께 불렀던 곡이다.
이 연주회가 내 기억에는
내가 속해있던 합창단 연주 가운데
최고의 연주였고 지휘자님의 곡해석도 최고였다.
총 다섯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20여분 정도로서 짦지만
브루크너의 매력이 충분히 응축되어 있다.
첫번째 곡의 시작은 현악의 3음 생략 펼침 화음 및
오르간과 팀파니의 지속 저음이 어우러진
텅빈 울림을 통해
거대한 구조물과 함께
수많은 무리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합창이 제대로 음정 맞추고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5도 음정을 정확하게 구사하여
통합된 에너지를 한껏 분출하면
공중부양의 느낌이 절로 날것이다.
이렇게 광활한 울림을 선사하는
교향악적인 부분과 함께
중간중간 서정적이거나 성
스러운 아카펠라가 섞여 있어 좋은 대비를 이룬다.
두 번째 곡은 테너 솔로와 바이올린 솔로,
그리고 합창이 잘 어우러지며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세 번째 곡은 d단조로 되어 있는데
보통 영광을 나타내는 경우 장조로
밝고 화려하게 표현하는데 반해,
브루크너는 d단조를 써서
마치 까르미나 부라나 첫 곡에서의 느낌처럼
투쟁적이고 처절한 영광을 표현했다.
아마도 성인들이 영광을 얻기까지의
고행, 심지어 순교까지 하므로
영광의 반열에 합류하는게
결코 쉽지 않음을 표현한게 아닐까 한다.
네 번째 곡은 두 번째 곡의
서정적인 앙상블을 좀더 발전시켜 반복하고
첫 번째 곡의 웅장한 도입부까지 섞여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
마지막 다섯 번 째 곡은
합창에게는 매우 곤욕스럽다.
이중 푸가 이후, 주제를 확장하는 가운데
고음 지속음이 매우 길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감7화음의 절정으로 숨이 넘어갈 때까지 고성을 지른 다음,
조바꿈 전이되는 부분을 거쳐 V13화음을 거친 C장조 종지 이후,
accelerando를 통해 절정에 도달하며 막을 내린다.
대부분의 고전 음악 애호가가 그러하겠지만
나는 보통 음악을 들을 때 음정뿐만 아니라
음색, 템포, 리듬, 뉘앙스, 다이나믹스 등에 대해서도
예민한 편이다.
템포의 경우, 너무 빨라서도 너무 느려서도 안되는데
내가 생각한 이 범위를 벗어나면 용납이 안된다.
물론, 템포는 작곡가가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수치는 해석의 영역이므로 절대적 기준은 없다.
길가면서 어떤 음악이 생각나면 음색이 좋은 음반을
나만의 템포와 다이나믹스, 뉘앙스로 머릿 속에서 돌리기도 한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음악을 돌리고 아무도 없을 땐
나만의 템포와 다이나믹스로
지휘를 하면서 걷다보면 걸음이 한결 가볍다.
이런걸 보면 지휘자의 피가 흐르는 거 같긴한데
모든 파트보를 외울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지휘자가 될만한 타고난 천재성이 없으니
지휘자는 그냥 꿈만 꾸는 것이 어떨까한다.
지금부터 공부한다 해도
제대로 된 지휘자가 되기까지
공부해야할 것이 어마어마하기에
10년 이후에도 지휘자가 될까말까하니까.
언젠가 세상이 좋아져서
어떤 기본 음악을 나만의 템포와 나만의 다이나믹스, 뉘앙스로
커스터마이즈시킬 수 있는 기술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세상이 오면
내가 원하는 그 템포, 그 다이나믹스로 혼자서도
팔을 흔들어대면서
지휘자가 된 듯한 황홀경에 빠질 수는 있을테니까 말이다.
1. Jochum
요훔은 브루크너 작품 해석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다소 투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악보에 충실하게 불필요한 루바토나 과장 없는 담백한 해석이고
이러한 해석이 세속적인 면이 매우 적은 브루크너 음악에 어울려 보인다.
그리고, 언뜻 보면 투박해보이는 가운데 세밀한 뉘앙스도 잘 살리고
합창 소리는 못 들어줄 수준은 아니어서 네 개인적으로 보기에 여기 나열된 연주 가운데 그나마 가장 훌륭해보인다.
요훔의 연주 버전 몇 가지가 있는데 어떤 건 합창 소리를 못 들어주는 수준인 것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훔은 이상하게 코다 직전에서의 감7화음 부분을 뭉개는 경향이 있다.
템포 설정도 훌륭하고 마지막 코다 부분 처리도 잘 되었으나
감7화음의 불안정한 울림 특성상 템포를 약간 당겨서 빨리 해결하려는 의도는 좋은데
소리가 다소 뭉개지지만 않았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xgOFz9AjQGc
당시 연주 준비하면서 합창단원 가운데 음반 구루가 계셔서 그 분껄 들어본 기억이 나는데 마침, 유튜브에도 있다.
다만, 맨 마지막 코다 부분이 가장 아쉽다.
맨 마지막 코다 부분에서 충분한 가속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냥 느린 템포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치는데 내 관점에선 이게 맘에 들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fPZvIvKEmV2H4g9Jg_EOu0Gp2kut3tdE
Bruckner Sacred Choral Music - Corydon Orchestra and Singers Matthew Best
Te Deum, Mass No. 1 in D Minor, Mass No. 2 in E Minor, Mass No. 3 in F Minor, Psalm 150, Requiem, Motets etc. - Finally available for streaming Matthew Best'...
www.youtube.com
3. Mehta
내가 맨 처음 접했던 음반이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다만, 빈오페라합창단인데 빈징페라인보다도
소리가 깨끗하지 못하여 합창 소리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해석은 훌륭한 편인데
마지막 곡 코다의 맨 마지막 마디에서 ritardando를 하고
맨 마지막 음을 길게 끄는 불필요한 해석은 맘에 들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dGfg18D6bZanwlFCWKEn4xznQgZ2A3DI
Bruckner: Te Deum; Mass No. 2; Ave Maria
www.youtube.com
첫 도입부 템포가 아주 약간 느린 느낌이나
카라얀스럽게 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스는 매우 훌륭하다.
다만, 빈징페라인 합창을 썼으므로 합창은 그저그렇다.
그리고, 마지막 코다 직전 V13화음에서
작곡가가 명시한 ritardando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그 템포 그대로 a tempo로 넘어가고
accelerando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장하게 들리긴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eYuPPP1-Qw
이 지휘자의 연주는 그다지 많이 들어보진 못했다.
예전에 음악 저널 어디에선가
이 지휘자가 카라얀을 디스하는 글을 본 거 같았다.
기자가 그래도 카라얀은 유명하지 않냐라고 하자
코카콜라도 유명하지 않냐란 답을 했던 글귀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 주관으론 카라얀 음악성이 이 분보단 훨 낫다고 본다.
이 연주는 처음 도입부부터 템포가 너무 느려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맨 마지막 부분 코다 이르기 전,
감7화음부분까지 오기까지 합창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느껴지고
현악 반주는 너무나 늘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그나마 마지막 코다에서 accelerando는 조금은 살려서
심할 정도로 느리진 않았다는 점이다.
또 다행인건 오케스트라 소리는 괜찮고
합창 소리도 아주 못들어줄 수준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lCZwwYMb5o
원래는 바로크 원전 연주 전문가이나 낭만주의까지 영역을 확대하였다.
합창 소리는 비교적 정갈한 편이나 도입부 템포가 가디너답게 빠르고
현악 펼침화음 주법이 다소 스타카토적이다.
완전한 레가토는 아니지만 음이 분절되지 않도록 해야 꽉찬 울림이 나올텐데
공중부양 느낌이라기보단 행진곡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한 5번째 곡 맨 마지막 부분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
https://www.youtube.com/watch?v=0hvqer4LlUY
이 분 역시 원전 연주로 유명하신 분이다.
그런데, 인원 편성상 전혀 장엄하게 들리지 않고 해석 역시 그저 그렇다.
https://www.youtube.com/watch?v=wRURAVs03ms